[성덕을 찾아서] 마블(MARVEL) 광팬, ‘마블 퓨처파이트’ 아트디렉터가 되다! 넷마블몬스터 이지형님

자신의 취미를 직업과 연결하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로서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을 우리는 소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부르는데요.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이들을 ‘취미와 성공 두 가지를 손에 넣은 진정한 승리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채널 넷마블 신규 코너 <성덕을 찾아서>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자아실현을 이룬 넷마블 임직원들의 스토리를 전하고자 하는데요!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마블’에 진출한 우수한 한국의 아티스트이자, 넷마블 ‘마블 퓨처파이트’에서 아트디렉터(AD)로 역량을 펼치고 있는 넷마블몬스터 이지형님입니다. 이지형님은 ‘마블’의 열혈팬이자, 좋아하는 그림으로 덕업일치를 이룬 대표적인 성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마블’의 공식 아티스트로 아이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등 유명 캐릭터와 커버 아트를 담당했었고, 개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지형님의 스토리를 함께 만나보시죠!

Q. 이지형님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넷마블몬스터 아트디렉터(AD) 이지형이라고 합니다. ‘마블 퓨처파이트’팀에서 원화를 그리고 있고요. 어릴 때부터 스파이더맨, 배트맨과 같은 슈퍼 히어로를 좋아했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

Q.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셨나요? 게임 아티스트로 진로를 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제가 워낙 말썽꾸러기라서 어머니께서 바둑, 피아노 등 집중에 도움이 될만한 학원을 많이 보내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업에 방해만 되었고 대부분 한 달을 채 못 다니고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재미를 느꼈어요. 무엇보다 핀잔 대신 칭찬을 맛보면서 그리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한동안 미술을 하지 않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진로를 고민할 때도 ‘그림’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해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에는 관련 일이 도무지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이에, 디자인 회사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고 입시미술학원 강사를 거쳐 대형마트 하청업체 인사팀까지, 점점 전공과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책상에 앉아 인사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게임 캐릭터같은 낙서만 하던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물 여덟에 게임 아티스트로 목표를 다시 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초 포토샵 책과 저렴한 타블렛을 사서 집에서 포토샵 공부를 했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Q. 현재 ‘마블 퓨처파이트’ 아트디렉터(AD)로 일하고 계신데, 아트디렉터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AD 직무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D는 프로젝트의 미술 감독입니다. 이용자가 보는, 아트 전체의 기준을 잡고, 그에 맞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프로세스별로 진행을 주도해야 합니다. 게임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하고, 타겟층에게 잘 어필할 수 있도록 비주얼도 잘 구현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마블 퓨처파이트’는 ‘마블’과 계약을 맺어서 ‘마블’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IP게임 (Intellectual Property Game)입니다. 따라서, 자체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블’ IP를 활용해 제작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컨셉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마블’과 ‘마블 퓨처파이트’팀 중간에서 ‘마블’의 콘텐츠를 먼저 이해하고 풀어내면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열혈 마블팬이자, 마블 공식 아티스트라고 들었습니다. 마블과 어떻게 인연이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마블’에는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있어요. 동양 작가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고, ‘마블’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3, 4년차가 되고 한참 SNS를 통해 습작이나 회사 작업물을 포스팅하던 시기에, ‘마블’과 한국 작가들을 매칭시켜주는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미 몇 분의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마블’과 작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가끔 외주 문의를 받기는 했었지만, 이건 마블코믹스에 참여를 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금전적인 이득을 떠나서 정말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블과 연이 닿았고 미국 어린이 아동병원에 보급이 될 아이언맨 표지를 그리게 됐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첫 마블 작품이었습니다.

Q. 게임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마블 퓨처파이트’, ‘시빌워’ 테마 일러스트레이션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걸렸던 게 기억이 나네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진로를 뚜렷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버스에 붙어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정말 멋지다. 자기 그림이 이렇게 공공장소에 걸려 있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당시에 저는 게임회사에 입사해서 뭐라도 그리고 싶을 때였습니다. 하다 못해 게임에 등장하는 풀이나 돌이라도 그리는 구성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홍보용 타이틀을 그리는 사람들이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고, 공공장소에 그림이 걸리는 일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같은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삼성역에서, 제가 그린 이 일러스트레이션을 봤을 때, 지하철이 두어 번 그냥 지나도록 보고 다시 보고, 또 그 그림을 무심코 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펴보고 그랬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수 많은 작업 물 중 가장 애정이 드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력적인 여성을 잘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면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 역시 많은 여성 캐릭터를 그리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얼굴을 그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작은 사이즈로 연습을 했고,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 하나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빛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준비하고 있는 일러스트북의 표지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심플하고 명료해 제가 지향하는 바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표지로 쓰기 위해 수정을 해야만 했는데 처음 그림 그렸을 때보다 수정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 내는 책의 표지로 쓸 생각에 욕심이 많았던 그림이었거든요.
수정을 거듭하면서 처음과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힘도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애정이 생기는 그림입니다. 현재 아트 커뮤니케이션 사이트 배경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Q. 이지형님의 일러스트를 보면 주로 영웅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지 궁금하네요.

어릴 때 가족끼리 ‘닌자거북이’를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잠깐 나왔던 배트맨 예고편을 ‘그림일기’에 그린 거에요. 그래서 아래 그림을 보면 영화관에 앉아있는 사람까지 그린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슈퍼 히어로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원화가라면 업무가 아닌 공부를 위해 여러 가지 습작들을 그리는데, 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빛이나 색감 등 완성도를 시험하는데, 자유 주제나 표현 연습이라면, 창착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평소 좋아하는 슈퍼히어로를 그려봤던 것 같아요. 그리다가 지칠 때에도 애정이 있는 캐릭터를 그림으로써 흥미를 유지하고, 좋아하는 인물을 내 방식으로 풀어내니, 피규어를 수집하는 분들처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한가지 에디션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Q. 이지형님만의 일러스트 화풍이 인상 깊은데, 작업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다면?

감사합니다. ^^ 다양한 느낌 중에서 아이덴티티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아직 저도 저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코믹풍의 느낌을 내면서 디테일 해 보이게 그리는 걸 지향하는 편이에요. 단순 명료한 것 같이 시원시원한 그림인 듯해도, 그 안에 표정이나 눈빛 같은 부분을 섬세하게 묘사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화풍이 이렇다, 저렇다 하기 전에 이미 “와! 재미있다. 기가 막히다. 아름답다. 우스꽝스럽다. 재치 있다. 슬프다. 아슬아슬하다.” 라고 느껴지는 연출이 그림의 매력을 높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센스 있는 상황을 많이 상상해봐요. 예를 들어,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트파이터의 춘리가 거대한 악역 장기에프랑 눈싸움을 벌이는 상황. 당장이라도 장기에프가 구석에 몰린 춘리를 잡아 내팽개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춘리가 전혀 주눅들지 않는 눈빛으로 눈싸움을 하면 재미있겠다라고 상상을 해보는 거죠.

Q. 내 직업의 장점이나 자랑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이 질문에서 솔직해지자면 저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직장인이에요. 여기서 즐거움과 고단함이 다 있는데요. 다른 분야에서 열정을 펼치시는 분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놀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소한 감동까지 주니 이만한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같다는 것은, 언제 생각해봐도 행운인 것 같아요. 반면 직장을 다님으로써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바로 창작이나 그림 스타일에 대한 충돌이 있을 때입니다. 그림이라고 다 똑같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게임은 기획, 제작, 아트,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직무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종합예술콘텐츠이기 때문에 저 혼자만의 취향을 반영한 그림은 그릴 수 없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직업과 직무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아티스트로서 꿈이 있다면?

정말 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다양한 화풍이 있지만, 가능하다면, 나만의 색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도 화풍이나 느낌을 연구하고 있고,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해나가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게임 아티스트를 꿈꾸는 지망생 분들을 위해 조언해준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완성을 시키자 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으면 어떨까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신나는 구상 과정을 지나 결국 노동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밖에 없잖아요. 분명히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하다 보면 귀찮아지고, 중간에 그만 그리게 되거나, 능력에 못 미치게 완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작품으로서, 연습으로서 의미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자기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수정을 거듭해서라도 마무리를 해야만 아트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어려우니까 우리가 예술가 아니겠습니까? 머릿 속, 좋은 아이디어를 낙서로 옮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듬어서 ‘작품’으로 완성시킬 때 그림도 예술이 되고 그린 사람도 예술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